1997년 11월 19일 풀빛세상이란 이름으로 의왕시 학의동 지금 이곳에서 풀빛이 탄생되었습니다.
당시 시중에 적당한 화분이 없어서 작품활동을 하기에 너무 어려웠습니다.
연암분은 생산중지상태였고 분재나 야생화에 어울리는 분은 전무상태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거든요.
일부 주물럭분이나 틀에 찍어 만든 분이 소량 생산되고 있었으나 재질이나 색감이 미약했을 뿐더러
저온에서 구워 겨울이면 터져버리는 경우가 다반사였습니다.
영하 20℃에도 터지지 않고 식물을 잘 살아 가게 하며 모양이나 색깔이 아름다운 분이 절실히 필요했습니다.
고심하던 차에 당시 단국대에서 도예를 전공하는 학생(김인용)이 찾아왔고
우리가 쓸 화분을 우리가 만들어 보자고 시작된 것이 풀빛화분의 시초였습니다.
식물을 길러 본 오랜 경험과 지식 그리고 열정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였습니다.
평소 눈여겨 보았던 우리주변의 물건을 화분으로 표현해 보기 시작했고
몇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풀빛화분들이 하나 둘 태어났습니다.
* 아궁이에 걸린 무쇠솥을 연상해 만든 삼발분
* 목이 긴 컵분
(화분의 전에 남성한복의 꼴마리를 표현, 우리것의 멋과 재미를 풍자해 보았습니다)
* 사발을 생각하며 만든 사발분
* 사발분에 발을 단 뿌리분
(발이 길면 통풍이 잘되어 민달팽이나 쥐며느리가 서식하지 못하는 점을 발견하고 놀라웠습니다.)
* 가마에서 도자기를 구울 때 사용하던 갑발을 생각해 만든 갑발분
* 소의 여물통을 연상한 사각분
* 대청마루의 마루판 조각을 닮은 납작분
* 나무 뿌리를 연상하여 만든 좌대
* 대바구니와 멍석을 본떠 표면이 거친 느낌의 텍스츄어분....
우리 주변의 친근한 물건에서 아이디어를 얻다보니
자연스러운 아름다움과 볼수록 끌리는 매력을 느낄수가 있었습니다.
그때 그때 필요에 따라 화분의 전과 발의 생김새, 두께, 깊이, 빛깔 그리고 바닥의 물구멍까지
수없이 모양을 가다듬고 수정하여 오늘에 이르는 동안 어느덧 십여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이제는 초본이나 목본, 단독수, 분경, 꽃색이나 잎모양 등등을 고려하여
잘 어우러지게 연출할 수있는 위와 같은 다양한 모양과 빛깔의 풀빛화분이 탄생하기에 이른 것입니다.
식물을 잘 살리는 풀빛화분의 기능도 기능이지만
그 빛깔의 화려함은 흔적없이 겨울잠을 자는 초본이나 나목의 쓸쓸함을 대신해서
보는 이에게 또다른 아름다움으로 위안을 주고 있습니다.
이렇듯 풀빛화분을 많은 분들이 사랑해 주시고 몇년째 풀빛화분만을 수집하시는 매니아들까지
생겨나다 보니 업그레이드를 게을리 할수 없어 앞으로도 부단히 노력하겠습니다.
요즘은 풀빛화분을 흉내낸 짝퉁분까지 나오고 있음에 풀빛화분에 대한 사명감과 함께 자부심을 느낍니다.
외형은 비슷할지 몰라도 그 기능이나 색상, 예술성, 근원은 모방할수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우리 정서와 전통을 살린 분을 만들어
대대손손 물려줄 수 있는 자랑스러운 풀빛화분이 되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겠습니다.
끝으로 뛰어난 기량과 장인정신으로 이제껏 동고동락해온 풀빛화분의 숨은 공로자인
용도예 식구들에게 지면을 빌어 감사함을 전합니다.
여러분의 변함없는 사랑과 관심에 풀빛은 오늘도 힘을 얻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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